울림이 있는 변화: 신뢰의 영향력으로서 리더십을 꿈꾸며
비영리임팩트/비영리조직 2012. 11. 20. 13:43 |아래 글은 소셜이노베이션그룹(socialinnovationgroup)에서 지난 10월 18~19일에 진행한 리더십 워크숍의 내용 중 '신뢰의 영향력'으로서의 리더십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은 개인과 조직의 상생, 신뢰의 영향력으로서 리더십 개발과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역량을 구비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 매월 공명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ttp://socialinnovationgroup.kr)를 참고하세요. |
자발성과 열정이 가득한 조직
일요일 밤, 출근하기 전날에 여러분은 어떤 마음인가요? 혹시 어떤 표정인가요? 우리는 왜 출근하기 전에 마음이 설레지 않을까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정의롭고 평화롭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모였는데, 왜 우리는 스트레스에 우리를 가두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걸까요? 저는 최근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게리 해멀(Gary Hamel)의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자발성과 열정으로 가득찬 기업 사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자발성과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펀 경영, 가족 경영, 성과급 제도 등 많은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비영리공익조직들은 영리 기업들처럼 직원들의 열정을 돈으로 보상할 수 없습니다. 멋진 명분과 의미만으로는 비영리조직에서 오래 일하기 힘듭니다. 조직의 가치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선택할만큼 내게 그것이 가치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비영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모두 창의적 열정가가 되려면, 조직을 놀이터처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리 해멀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영감을 줄 수 있는 두 회사를 소개합니다.
고어텍스는 CEO를 직원 투표로 뽑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경력이나 성과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모든 구성원들의 신뢰와 인정을 받아야 CEO가 될 수 있습니다. 고어텍스는 모든 구성원들이 신나고 행복하게 일하는 놀이터 같은 일터가 되기 위해 권위적인 문화를 지양합니다. 이 회사에는 인적자원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사람은 자원이 아니라 그냥 사람입니다. 각자가 자기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자기 경영 철학을 가지고 조직에서 일을 하도록 합니다.
고어텍스(http://www.gore.com)는 회사 소개 페이지에서 조직 문화를 "팀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격자 조직"이라고 소개한다.
모닝스타는 전 미국 토마토 가공 식품의 20-30%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이 조직에는 관리자가 아예 없습니다. 현장직원, 팀장, 간부, CEO의 결재시스템도 없습니다. 직원들이 팀을 이루고 모든 것을 합의해 결정합니다. 여기의 기본 철학은 Self governing & freedom, 즉 관리가 아니라 자율과 자치입니다. 이렇게 큰 조직들에서 이러한 경영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1978년 조직의 의사결정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2001)의 <관리행동론>이라는 책에는 위에서 언급한 조직들의 운영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일반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이라는 개념을 관리자급 이상의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이먼은 ‘의사결정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영역안에서 이미 가지고 있고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현장의 실무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조직구조를 강조하는 그는 조직 대표의 합리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유명한 개념입니다. 리더가 아무리 경험이 있고 능력이 있고 탁월해도, 그리고 리더가 아무리 숙고해서 내리는 합리적 의사 결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 모두가 의사 결정의 책임과 권한을 갖게 함으로써 집단지성을 이룰 때 그 결정이 완전해지는 거고 리더십도 완전해진다는 것입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은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처럼 비영리조직들이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창의적, 열정적 조직문화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도대체 비영리조직들은 왜 조직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생기게 됩니다.
리더십이란 ‘신뢰의 영향력’이다
다중지능이론을 개발한 세계적인 교육혁신가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교수는 리더십에 대해 ‘체인징 마인드(changing mind)’라고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사람의 몸뚱아리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을 단순히 ‘영향력(influence)’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의입니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체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내 마음이 혁신되는 거고 사람들의 마음을 혁신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출처: http://ko.fotopedia.com/items/nme94-K1GBReSRBGU
신궁이라 불리는 김수녕은 양궁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떠난 화살은 잊어라”.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통제할 수 있지만 활을 쏜 후 날아가는 화살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조직에서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대표가 나에게 일을 맡기고 나서 자꾸 관리하고 통제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날아가는 화살을 잊으라고 하는 김수녕의 후배들에 대한 조언은 사실 세상의 모든 조직의 리더들에게 헌사하는 말입니다.
플라톤은 “리더가 가져야 할 진정한 용기란 영혼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내가 누군가에게 불안하지만 일을 맡길때 리더는 마치 영혼의 고통을 받는 것과 같은 힘든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조직의 리더들이 직원이 해온 어떤 일을 자신이 개입하여 완벽하게 해내게 된다면 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내가 잘 할 필요가 없구나.” “어차피 내가 대충해도 리더가 알아서 잘하니까.” 그런 조직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성장하지 못합니다. 하루하루의 업무를 통해 성장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직원들은 열정을 가질 수 없습니다.
제주도 일출랜드의 스스로 조각하는 상
조직의 리더들은 본인의 삶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조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직원들의 삶은 그들이 스스로 조각하도록 배려하지 않는 걸까요? 내가 내 삶을 조각한다면 직원들 역시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조각하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하버드 대학생들과의 리더십토론에서 행한 달라이라마의 말을 빌리자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바로 마음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떻게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달라이라마는 날마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이 영혼의 고통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 그것을 인식하고 이겨내고 훈련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근육이 늘듯이 마음의 힘도 함께 커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사람들의 실수를 감당해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이 커질 수록 위대한 리더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가 직원을 신뢰한다는 것은 그들의 실수마저도 떠 않겠다는 '위험감수(risk taking)'를 선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몸뚱아리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영혼에 울림을 주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신뢰받아야 하며, 리더 또한 구성원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런점에서 리더십은 "신뢰의 영향력"입니다. '신뢰'와 '영향력' 둘 다 갖춰야 합니다. '신뢰'만 생각하면서 직원들을 대하면 인정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반면, 영향력만을 생각한다면 성과는 나올지 모르지만, 직원들은 시체가 될 것이며 결국 리더는 시체놀이를 하는 것에 머무르고 말 것입니다. 리더와 직원들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신뢰의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나에게 존재론적 울림을 주는 나의 Destiny를 명료하게 보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 역시 그들의 존재에 울림을 주는 자신의 Destiny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일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신뢰의 영향력으로서의 리더십이 발휘될 때, 구성원들의 마음과 영혼에 울림을 주는 변화가 가능하며, 그러한 조직만이 비로소 세상에 울림을 주는 사회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셜이노베이션그룹 양세진 대표 양세진 대표는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기윤실 등 시민운동의 현장에서 실천적 삶을 살았으며, 대학원에서 철학과 행정학, 리더십을 공부하면서 이론적인 역량도 겸비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이론적 실천적 경험을 토대로 2012년7월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을 설립하여 '선하고 정의롭고 성 평등적이고 생태적인 사회변화와 발전을 꿈꾸는 개인과 조직의 리더십개발과 조직역량강화'를 돕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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