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기부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나눔지식일반 2016. 1. 28. 17:48 |2015년 12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주식의 99%, 우리 돈으로 약 52조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한다는 쉽지 않은 결단에 한번, 그리고 저커버그가 편지를 통해 밝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과 포부에 감동했다.
반면 저커버그의 기부에 혐의를 갖는 시선도 있다. 첫째, 이 기부가 순전한 자선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가 공익재단이 아니라 LLC 형태의 회사 설립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을 통해 이 돈이 사용된다면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되는 것이 의무이나, 사업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LLC는 유한책임회사이기 때문에 그의 돈이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것일 뿐이며 진실로 공익에 사용될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둘째, 차라리 세금을 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익적으로 돈이 사용될 수 있을텐데 이 큰 돈의 공적인 사용을 개인이 결정한다면 공적 자금의 민주적 운영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한 사업가가 공익에 뜻을 갖고 자선활동을 기획, 실행하는 것을 박애자본주의 (Philanthrocapitalism)이라고 한다. 이들은 재단이나 비영리 단체를 활용한 전통적인 자선의 방식이 아닌 기업을 세워 일으킨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적 투자’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자선단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면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으로 문제 해결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한 기업가의 막대한 기부금은 시장독점(카네기는 철강왕, 록펠러는 석유재벌이고, 빌게이츠 또한 OS독점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있다.)의 결과이며, 자본주의 가치에 입각한 박애자본주의는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비판적 입장이 있다.
대립되는 이 두 가지 견해를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박애자본주의’와 ‘기업은 왜 세상을 구할 수 없나’는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재단, 혹은 비영리 입장에서 바라본 견해 -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의 토론
A : 저커버그의 기부에 관해 새롭다, 그리고 새롭지 않다는 입장이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파운데이션에서는 성공한 기업가들이 DAF(Donor Advised Fund)를 조성하는 붐이 있었다. 재단에 직접 기부하는 것보다 기부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부상품은 아니다. 저커버그의 LLC 설립에는 기존에 뉴왁지역 교육혁신을 위해 학교에 기부했지만 실패한 것도 주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이전에도 여러 기업가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뭐랄까 너무나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교육혁신 성공하면 다른 곳은 다 가능하다고 볼만한 곳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업이 부진했던 이유는 지역의 문제, 삶 자체가 다라져야 하는 것인데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B : 빌게이츠가 재단을 만들어 빈곤과 백신 개발에 엄청나게 투자했는데 이쪽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비판도 있다.
A : 실리콘밸리에서 DAF를 선호한 것처럼 IT 쪽에서는 LLC를 만드는 분위기인것 같다. 이 문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라고 봤을때, 저커버그는 기존의 리그에 안 끼워주니 스스로 하겠다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미국도 한국도 비영리로 와서 사용된 돈, 제도화된 필란트로피의 근간은 한국, 미국의 민주적 방식, 즉 특정한 소유자가 없는 오너십이 없는 곳에 사용된다. 경제학에서 어떤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 보았을 때 1번이 내 돈을 내가 사용할 때 2번.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사용할때, 3번. 내 돈을 남을 위해 사용할때 마지막이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거다. 구조적으로 기존의 재단이 의사결정구조는 기부자 의사 반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 : 그런데 한국에는 왜 이런 기업가가 없나.
D : 한국도 이미 성공한 IT 기업가들의 시도가 있다. 이들도 공익재단과의 연계와 지원보다는 직접 하고자 한다. 분야는 주로 청소년과 어린이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C : 재단의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고, 오너십이 불분명하다고는 하지만, 공익사업이 오너십으로 굴러가게만 한다면, 본인은 기업가인데 자기 이익이 배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E : 특정 분야에 쏠리는 돈을 재단이나 비영리 기관을 통해서 잘 쓰일 수 있나라는 고민도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그런 역량이 있는가, 자신 있는가.
A: 그래서 이 역량을 잘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은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사회 변화라는 것을 어떻게 만들 거냐라고 할때, 돈을 통해한다면, 재단을 통해 돈을 쓰는 것만 답인지. 사회 변화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 더 똑똑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은 시장화시키는 것은 위험한다. 도의적, 공동체적인 것을 돈으로 해결할 때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진다.
F :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의 입장은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너무 배타적인 의견 아닌가.
F : 이전에는 빈곤, 가난 등이 큰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의제가 주목받을 것이다. 다문화, 성소수자 등 사회문제가 굉장히 다양하 되는데, 이것을 정책,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비영리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C : 기부는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커버그의 기부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A :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쓰는 어드보커시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기본적으로 정치 성향이 명확하다. 이들이 하는 티비광고에 내는 내용을 보면 정책 광고인거 같지만 사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단체가 어드보커시를 한다고 하면 정책과 연계를 시키지만, 미국은 정당과 밀접하게 연계가 된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어드보커시 단체가 일반 채러티에서 분리되는 근거가 된다. 저커버그가 정치 활동까지 언급한 것은 결국 대선까지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 :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가 될 것 같다. 첫째, 성공한 기업가의 통 큰 기부를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조건 없이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하나, 그 돈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도 있다는 것. 둘째, 저커버그가 대응을 보고 우리 비영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잘 하고 있나? 나...긴장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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